내가 읽은 시

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 박남희

공산(功山) 2015. 12. 21. 23:05

   나는 가끔 주머니를 어머니로 읽는다

   박남희

 

 

   어머니를 뒤지니 동전 몇 개가 나온다

   오래된 먼지도 나오고

   시간을 측량할 수 없는 체온의 흔적과

   오래 씹다가 다시 싸둔

   눅눅한 껌도 나온다

 

   어쩌다, 오래 전 구석에 처박혀 있던

   어머니를 뒤지면

   달도 나오고 별도 나온다

   옛날이야기가 줄줄이 끌려나온다

 

   심심할 때 어머니를 훌러덩 뒤집어보면

   온갖 잡동사니 사랑을 한꺼번에 다 토해낸다

 

   뒤집힌 어머니의 안쪽이 뜯어져

   저녁 햇빛에

   너덜너덜 환하게 웃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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