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혼자 사는 개 - 고영민

공산(空山) 2015. 12. 22. 12:49

   혼자 사는 개

   고영민

 

 

   갈비뼈가 고스란히 드러난

   고독한 개가 있지

 

   고독하다는 것은 독한 것

   물에 비친 제 그림자를 향해

   컹컹 짖는

   제 이빨로 제 살을

   꽉 물고 있는

 

   한때 저 개에게도 주인이 있었지

   아침이면 밥그릇에

   한 가득 사료를 부어주던,

   조이삭 같은 꼬리를 찰랑찰랑 흔들게 하던,

   이름을 부르며 불러들이던

 

   메리, 해피!

   누가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는,

   붉은 맨드라미 옆을 지나

   매미 우는 회화나무 밑을 지나

   갈 데도 없으면서 어딘가로 가고 있는

   혼자 사는 개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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