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그대의 별이 되어 - 허영자

공산(空山) 2024. 1. 3. 20:19

   사랑은

   눈멀고

   귀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 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히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이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너기 기다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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