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길
이준관(1949~ )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베개의 시 - 이형기 (0) | 2024.01.22 |
---|---|
연 - 박 철 (0) | 2024.01.20 |
사람값 - 송경동 (0) | 2024.01.06 |
그대의 별이 되어 - 허영자 (0) | 2024.01.03 |
완행열차 - 허영자 (1) | 2024.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