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구부러진 길 - 이준관

공산(空山) 2024. 1. 12. 11:21

   구부러진 길

   이준관(1949~ )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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