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왜왜 - 김상환

공산(空山) 2023. 5. 27. 16:22

   왜왜
   김상환
 
 
   德萬 아버지는 말씀하셨지요
 
   만 벼랑에 핀 홍매가 말없이 지고 나면 무릎을 펼 수 없어 나이테처럼 방 안을 맴돌고 물음은 물가 능수버들 아래 외로 선 왜가리가 왜왜 보이지 않는지 먼 산 능선이 꿈처럼 다가설 때 두엄과 꽃이 왜 발 아래 함께 놓여 있는지
 
   達蓮 어머니에 대한 나의 궁금은 앵두 하나 없는 밤의 우물가에 몰래 흘린 눈물 이후 단 한 번의 말도 없는 굽은 손 다시는 펼 수 없는 축생의 손가락 산수유나무 그늘 아래 먹이를 찾는 길고양이처럼 길 잃은 나는 왜 먼동이 트는 아침마다 십이지신상을 돌고 돌며 천부경을 음송하는지 좀어리연이 왜 낮은 땅 오래된 못에서 피어나는지 어느 여름 말산의 그 길이 왜 황토빛이고 음지마인지
 
   해맞이공원을 빠져나오다 문득, 사리함이 아름답다는 생각
 
 
   ―제4회(2023년) 이윤수 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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