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마부와 양
우대식
어린 마부의 옷에서 양의 피 냄새가 돌았다. 흑운 한울이라는 몽고의 깊은 초원에 와서 말을 탔다. 어린 말은 힘에 겨워 구릉을 오르며 깊은 숨을 몰아쉰다. 역겨운 향내가 피어나는 암자에 들어 경전을 돌리다 문득 한 마리 양이 되어 얌전히 두 발을 모으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때, 어린 마부는 작은 돌 위에 앉아 코를 훌쩍이다 나를 보고 빙그레 웃음을 던졌다.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매우 즐거웠다. 어린 마부는 구름을 떼어 내 입에 넣어주었다. 구름은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아요. 그러나 기분은 좋아지지요. 몽골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가만히 구름을 받아먹었다.
―『설산국경』중앙북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