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찬호

봄날을 가는 山徑

공산(空山) 2020. 11. 1. 12:40

   봄날을 가는 山徑

   송찬호

 

 

   이그, 저기 가는 저것들 또 산경 가자는 거 아닌가

   멧부리를 닮은 잔등 우에 처자를 태우고

   또랑물에 적신 꼬리로 훠이 훠이 마른 들길을 쓸고 가고 있는 저 牛公이

 

   어깻죽지 우에 이름난 폭포 한 자락 걸치지도 못한

   저 비루먹은 산천이 막무가내로 봄날 산경 가자는 거 아닌가

   일자무식 쇠귀에 버들강아지 한 움큼 꽂고 웅얼웅얼 가고 있는 저 풍광이

 

   세상의 절경 한 폭 짊어지지 못하고 春窮을 넘어가는 저 비탈의 노래가 저러다 정말 산경의 진수를 찾아 들어가는 거 아닌가

   살 만한 땅을 찾아 저렇게 말뚝에 매인 집 한 채 뿌리째 떠가고 있으니

   검은 아궁일 끌어 묻고 살 만한 땅을 찾아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저 신선 가족이 가고 있으니

'송찬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칸나  (0) 2018.04.26
에디슨 돼지  (0) 2018.03.31
17번 홀에서의 무반주 첼로 독주  (0) 2017.11.20
금동반가사유상  (0) 2017.09.07
귀신이 산다  (0) 2017.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