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가 버려진 골목
조 원
진눈깨비 내리는 골목
깡마른 철문 아래 그녀, 덩그러니 앉았다
울림구멍 휘돌아
환하게 퍼지던 목소리
어디에서 끊어졌나, 생의 테두리가 뭉개진 듯
귓가는 물먹은 판지처럼 먹먹하고
어느새 얼굴에도 나뭇결이 깊다
기억 속 줄감개를 조여 허공을 탄주하던 바람과
헌 옷가지에 비닐을 덧댄 창문으로
종종거리며 달려오던 진눈깨비, 저 허깨비들
공명으로 잡지 못한 시간을 새하얗게 덮고 있다
텅 빈 젖무덤 자리
적빈의 쥐꼬리만 드나들고
―『슬픈 레미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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