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아침 식탁 - 이우걸

공산(空山) 2020. 10. 1. 08:28

   아침 식탁

   이우걸(1946)


   오늘도 불안은 우리들의 주식이다

   눈치껏 숨기고 편안한 척 앉아보지만

   잘 차린 식탁 앞에서 식구들은 말이 없다

   싱긋 웃으며 아내가 농을 걸어도

   때 놓친 유머란 식상한 조미료일 뿐

   바빠요 눈으로 외치며 식구들은 종종거린다

   다 가고 남은 식탁이 섬처럼 외롭다

   냉장고에 밀어 넣은 먹다 남은 반찬들마저

   후일담 한마디 못한 채 따로 따로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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