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또 다른 생각 - 이수익

공산(空山) 2019. 10. 9. 18:40

   또 다른 생각

   이수익 

 

 

   뭉개지는 것도 방법이다.

   세상을 사는 데에는

   내가 각을 지움으로써 너를 편안하게

   해줄 수도 있다. 선창에서

   기름때 묻은 배끼리 서로 부딪치듯이

   부딪쳐서 조금 상하고 조금 얼룩도 생기듯이

   그렇게, 내 침이 묻은 술잔을 네가 받아 마시듯이

   자, , 잔소리 그만하고 어서 술이나 마셔!

   취한 기분에 붙들려 소리를 버럭 내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시간도 참으로 소중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 관계도 소중하다.

   시퍼렇게 가슴에 날을 세우고

   찌를 듯이 정신에 각을 일으켜

   스스로 타인 절대출입금지 구역을 만들어 내는 일

   그리하여 이 세상을 배신하고 모반하는 일은

   네게는 매우 소중한 덕목이다.

   안락한 일상의 유혹을 경계하고 저주하라, 그대

   불행한 시인이여.

 

 

  꽃나무 아래의 키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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