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해당화 - 김영삼

공산(空山) 2019. 8. 6. 06:31

   해당화

   김영삼(1959~ )

 

 

   오래된 책을 들추다

   본다,

   책갈피 속에 숨어 있는 나비 한 마리

   어둠을 가르며 얼마나 긴 시간 날아왔을까 은빛 가루 다 떨어진 날개, 느닷없는 햇빛에 눈마저 멀었는지 다가가도 꼼짝하지 않는다 곤히 접은 날개 살며시 집어 올리자 화들짝 나비 아래 숨었던 또 한 마리가 날개를 활짝 펼친다

   손바닥에 입술 자국 남기듯 해당화 꽃잎 한 장 올려놓고 간 사랑

   얼마나 갔을까

   푸른 허공을 향해 빛바랜 나비가 날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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