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이병률
당신 방에 앉아 침대 옆에 놓인 시집을 읽습니다
당신이 비운 집
한쪽에 놔둔 식물에 물을 주라 하였기에
아무도 모르게 누워도 봅니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술 한 병 꺼내 마셔도 좋다 하였기에
술만 마실 수 없어 달걀 두 개를 삶습니다
아, 희미한 삶의 냄새
이 삶은 달걀을 어디에 칠까요
무엇에 부딪쳐 삶을 깨뜨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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