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아무도 모르게 - 이병률

공산(空山) 2019. 7. 23. 13:32

   아무도 모르게

   이병률

 

 

   당신 방에 앉아 침대 옆에 놓인 시집을 읽습니다 

   당신이 비운 집 

   한쪽에 놔둔 식물에 물을 주라 하였기에 

 

   아무도 모르게 누워도 봅니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술 한 병 꺼내 마셔도 좋다 하였기에 

   술만 마실 수 없어 달걀 두 개를 삶습니다 

 

   아, 희미한 삶의 냄새 

   이 삶은 달걀을 어디에 칠까요 

   무엇에 부딪쳐 삶을 깨뜨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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