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불귀(不歸) - 허은실

공산(空山) 2019. 3. 3. 17:44

   불귀(不歸)

   허은실

 

  

   나는 어느 묘비에서 빌려온 이름일까

 

   빈집에서 당신의 외투를 깔고

   손 베개 괴고 당신을 보네

   진흙이 묻은 당신의

   무거운 신발을

 

   꿈에는 또 파랗게 질린 꽃들이 피고

   흐느낌이 몸 밖으로 흘러

   당신은 잠에서 깨네

 

   날으는 새처럼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낯선 어둠을 보네

   울 수 없어 노래하는 밤이었네

 

   금 간 술잔

   깨진 자리에

   혀를 대어 보네 당신은

 

   모래도시 이방의 거리에서

   音처럼 태어나

   音으로 사라지는

   연 없음의 연으로 우리

   또다시 정처 없을 것이나

 

   빈 봄에 목련이 피면

   당신은 몰래

   울겠지

 

   새를 묻은 자리에

   새가 날아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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