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귀(不歸)
허은실
나는 어느 묘비에서 빌려온 이름일까
빈집에서 당신의 외투를 깔고
손 베개 괴고 당신을 보네
진흙이 묻은 당신의
무거운 신발을
꿈에는 또 파랗게 질린 꽃들이 피고
흐느낌이 몸 밖으로 흘러
당신은 잠에서 깨네
날으는 새처럼
두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낯선 어둠을 보네
울 수 없어 노래하는 밤이었네
금 간 술잔
깨진 자리에
혀를 대어 보네 당신은
모래도시 이방의 거리에서
音처럼 태어나
音으로 사라지는
연 없음의 연으로 우리
또다시 정처 없을 것이나
빈 봄에 목련이 피면
당신은 몰래
울겠지
새를 묻은 자리에
새가 날아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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