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찌가 익어 가는 동안
이 잠
봄날 저녁 병을 얻어 나무 아래 한숨짓고 있었네
어두워지는 공중을 환하게 뒤덮은
수천의 꽃잎을 올려다보며 탄성을 질렀네
오, 벚꽃이여
지난 주말에는 초여름 비가 종일 내렸네
우산 받고 벚나무를 돌았네
나는어려운길을걸어가는사람나는어려운길을걸어가는사람
오늘 아침에는 바닥을 검게 물들인 버찌를 보았네
버찌가 검게 익어 가는 동안 병을 이기지 못하고 입맛마저 놓쳐버렸네
무심코 땅에 떨어진 버찌를 집어 입에 넣어 본 순간
버찌여, 잘 익은 쓴맛에서 입맛이 도네
모레나 글피쯤 꽃도 버찌도 사라진 그늘에 앉아
나뭇잎 주워 손바닥에 엎었다 잦혔다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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