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金星 라디오

공산(空山) 2019. 1. 11. 14:28

   金星라디오

   김수영(1921~1968)

 

 

   金星 라디오 A 504를 맑게 개인 가을날

   일수로 사들여온 것처럼

   五백원인가를 깎아서 일수로 사들여온 것처럼

   그만큼 손쉽게

   내 몸과 내 노래는 타락했다

 

   헌 기계는 가게로 가게에 있던 기계는

   옆에 새로 난 쌀가게로 타락해가고

   어제는 카시미롱이 들은 새 이불이

   어젯밤에는 새 책이

   오늘 오후에는 새 라디오가 승격해 들어왔다

 

   아내는 이런 어려운 일을 어렵지 않게 해치운다

   결단은 이제 여자의 것이다

   나를 죽이는 여자의 유희다

   아이놈은 라디오를 보더니

   왜 새 수련장은 안 사왔느냐고 대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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