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이 와야 한다
이영광
콩가루 집안도 옆집과 싸움 나면 뭉치고
툭탁거리던 아이들도 딴 학교랑 축구하면 함께 응원을 한다
딴 동네 딴 도시 딴 지역과 다툼이 나면
한 동네 한 도시 한 지역이 된다
전라도와 사이가 틀어지면 경상도가 된다
경상도에 맞설 때면 전라도가 된다
북한과 다툴 때는 남한이 되고,
월드컵만 열렸다 하면 아우성치는 대한민국이 된다
그러므로 외계인이 쳐들어와야 한다
성간우주星間宇宙를 안마당처럼 누비고 다니는
외계 우주선들의 어마어마한 공습 앞에서
미국과 중국이 손을 잡을 것이다
서방과 아랍이 연대할 것이다
아시아 제諸 국가들이 단결할 것이다
외계인이 와야 한다
모든 국경이 폐제되고,
기독교도와 무슬림이 형제가 될 것이다
모든 호모사피엔스가 하나가 될 것이다
인간과 사자와 뱀과 바퀴벌레 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스크럼을 짤 것이다
더 큰 적이 나타나고 더 큰 싸움이 나는 수밖에 없나?
외계인이 와야 한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잿더미가 되지 않을까?
외계인이 와야 한다
전 지구 생명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을까?
외계인이 와야 한다
다른 별들에서, 지구촌을 전율에 빠뜨릴 초호화 축구팀들이 공격해 와야 한다
부처나 공자나 예수보다 더 환상적인 외계 스타플레이어들이 와야 한다
은하계 별들이 두두둥둥! 자웅을 가리는
우주 월드컵이 열려야 한다
―『끝없는 사람』문학과지성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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