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고향의 누님

공산(空山) 2018. 12. 26. 10:37

   고향의 누님 
   김사인


   한주먹 재처럼 사그라져
   먼데 보고 있으면
   누님, 무엇이 보이는가요
   아무도 없는데요
   달려나가 사방으로 소리쳐봐도
   사금파리 끝에 하얗게 까무라치는 늦가을 햇살뿐
   주인 잃은 지게만 마당 끝에 모로 자빠졌는데요
   아아 시렁에 얹힌 메주덩어리처럼
   올망졸망 아이들은 천하게 자라
   삐져나온 종아리 맨살이 차라리 눈부신데요
   현기증처럼 세상 노랗게 흔들리고
   흔들리는 세상을 손톱이 자빠지게 할퀴어 잡고 버텨와
   한소리 비명으로 마루 끝에 주저앉은
   누님
   늦가을 스산한 해거름이네요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떠나 소식 없고
   부뚜막엔 엎어진 빈 밥주발
   헐어진 토담 위로는
   오갈든 가난의 호박 넌출만 말라붙어 있는데요
   삽짝 너머 저 빈들 끝으로
   누님
   무엇이 참말 오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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