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풍경의 깊이 2

공산(空山) 2017. 6. 10. 22:05

   풍경의 깊이 2

   김사인

 

 

   이 길, 천지에 기댈 곳 없는 사람 하나 작은 보따리로 울고 간 길

   그리하여 슬퍼진 길

   상수리와 생강나무 찔레와 할미꽃과 어린 풀들의

   이제는 빈, 종일 짐승 하나 지나지 않는

   환한 캄캄한 길

 

   열일곱에 떠난 그 사람

   흘러와 조치원 시장통 신기료 영감으로 주저앉았나

   깁고 닦는 느린 손길

   골목 끝 남매집에서 저녁마다 혼자 국밥을 먹는,

   돋보기 너머로 한번씩 먼 데를 보는

   그의 얼굴

   고요하고 캄캄한 길

'김사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카시아  (0) 2018.03.17
전주(全州)  (0) 2017.06.10
풍경의 깊이  (0) 2017.06.10
금남여객  (0) 2017.01.10
조용한 일  (0) 2016.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