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서정춘
그것은,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줄 같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망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 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뿐이다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혼 - 김점용 (0) | 2018.12.25 |
---|---|
오동꽃 죽비 - 복효근 (0) | 2018.12.25 |
원정 - 김나영 (0) | 2018.12.11 |
실제(失題) - 박팔양 (0) | 2018.12.10 |
기러기 떼 - 나희덕 (0) | 2018.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