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빨랫줄 - 서정춘

공산(功山) 2018. 12. 19. 10:45

   빨랫줄

   서정춘

 

 

   그것은,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줄 같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망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 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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