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0) | 2015.11.25 |
---|---|
맨발 - 문태준 (0) | 2015.11.25 |
나무의 유적 - 이은재 (0) | 2015.11.19 |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0) | 2015.11.19 |
우리 동네 목사님 - 기형도 (0) | 2015.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