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유적
이은재
남산동 허름한 식당 구석진 자리
통나무의자 하나 앉아 있다
나이테로 걸어온 백년
나무 유적을 만난다
나무의 생은 둥글지만
끊어질 듯 이어지는 꿈길 있어
나무는 쉼 없이 걸었으리라
꽃 피는 오솔길
천둥 치는 들판
술 취한 모롱이 돌아
언 강에 발목 빠뜨렸으리라
갈수록 좁아지고 어둑해지는 골짜기
길을 잃기도 했으리라
푸른 날들이,
제 몸에 새겨 넣은 파문이
하얗게 마르고 있다
나는 동그랗게 앉았다
―『나무의 유적』 그루,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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