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미국 텍사스에 갔을 때, 지평선 끝까지 사방으로 펼쳐진 목화밭이 인상적이었다. 그때가 지금처럼 8월 상순이었는데, 목화꽃이 드문드문 피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 텍사스의 한 대학교에 부임하게 된 아들은 난생 목화라는 식물을 처음 보게 되어서 무척 신기해했다. 나는 어릴 적에 엄마가 솜이불을 만들기 위해 작은 밭에다 목화를 가꾸시는 걸 보았고 목화도 따 보았었지만, 그렇게 넓디넓은 목화밭에 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아들이 이듬해 봄에 한국의 한 국립대학교에 부임하게 되어 귀국할 때, 그 텍사스의 솜 한 꼬투리를 가지고 와서 내게 보여 주었다. 현대판 문익점이랄까, 그 솜 꼬투리 속에는 씨앗이 네 개 들어 있었다. 그것을 가방 안에 넣어둔 채 한동안 잊고 있다가 어느 날 다시 생각이 났고, 불현듯 목화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고픈 마음이 들어 뒤늦게 여름에 씨앗 두 알을 심었지만, 다 자라기도 전에 서리가 내려 실패했었다. 그래서 나머지 묵은 씨앗 두 알을 올봄에 마당 한쪽에다 다시 심었더니 모두 싹이 터 잘 자라고 있다.
다만 텍사스에서 본 목화는 키가 무릎 높이보다 작았지만, 여기는 산자락인 데다 감나무 그늘 옆이라서 일조량이 적기 때문인지, 그리고 물을 너무 자주 줬기 때문인지 키가 벌써 내 허리 높이를 넘었고, 앞으로 내 키만큼도 자랄 기세다. 며칠 전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는데, 처음 꽃이 활짝 피어날 때는 유백색이다가 수분이 이루어진 후에는 꽃잎이 오므라들면서 붉은 색으로 물드는 것이었다. 물고기 등의 동물에게만 있는 줄 알았던 혼인색이 꽃에도 있다는 것은 예전엔 몰랐던 현상으로, 신비롭다.
앞으로 열매가 열리고 익어가는 모습을 계속 관찰할 것이다. 아직도 그 옛적의 달콤한 맛이 남아있는지, 열매가 익기 전에 몇 송이 따서 맛도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