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눈
전동균
눈 내리는 밤, 야근을 하고 들어온
중년의 시인이
불도 안 땐 구석방에 웅크리고 앉아
시를 쓰는 밤, CT를 찍어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편두통에 시달리며
그래도 첫마음은 잊지 말자고
또박또박 백지 위에 만년필로 쓰는 밤,
어둡고 흐린 그림자들 추억처럼
지나가는 창문을 때리며
퍼붓는 주먹눈, 눈발 속에
소주병을 든 金宗三이 걸어와
불쑥, 언 손을 내민다
어 추워, 오늘 같은 밤에 무슨
빌어먹을 짓이야, 술 한잔하고
뒷산 지붕도 없는 까치집에
나뭇잎이라도 몇 장 덮어줘, 그게 시야!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세계사,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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