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 만큼 먹으면 사람은 아득한 옛날을 한없이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다가올 앞날에 있을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리며 사는 것이 또한 사람인 것 같다.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탓하다가도 겨울이면 봄이 와서 어서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여름이면 가을이 빨리 와서 열매가 익고 단풍이 곱게 들기를 기다린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겨울에 접어들자 펑펑 눈이 쏟아지기를 기다리다가, 이렇게 겨울이 내내 따뜻해서 눈 구경은 글렀구나 싶으니 이젠 봄비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주엔 오랜만에 텃밭에 가서 몇 그루 안 되는 복숭아나무와 매화나무의 가지치기를 내가 하는 동안, 아내는 마늘밭에 씌워진 투명 비닐에 구멍을 뚫어 손가락 길이 만큼씩 자란 파란 마늘 싹을 비닐 밖으로 꺼내 주었다. 몇 주 전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