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가에서 걸어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부모님 산소. 아버지 봉분에는 잔디가 치밀하게 잘 덮였지만, 그 옆 엄마 봉분엔 왠지 잔디가 많이 죽어서 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가뭄이 지속될 때는 물을 떠다가 뿌리기도 하고, 혹시 뒤쪽 소나무의 솔잎이 북풍에 날려와 봉분에 얹히고, 그 솔잎의 왁스 성분이 녹아서 잔디에 해를 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난 가을에는 장대 끝에 톱을 매달아 산소쪽으로 뻗은 가지들을 다 잘랐다. 봉분에 덮였던 마른 솔잎도 모두 갈쿠리로 걷어내었었다. 그리고 오늘은 부근의 잔디를 떠서 봉분에 부분적 이식을 했다. 일을 하다가, 엄마 봉분 앞에서 이름 모를 앙증스런 풀꽃을 한 송이 발견했다. 2cm 정도의 키에, 하나 뿐인 활짝 핀 꽃송이는 엄지 손톱 보다 조금 더 큰 크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