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 3

서울서 만난 좀작살나무

어릴 적 학굣길은 시오리 가까이나 되는 먼 길이었다. 살던 곳이 팔공산 중턱에 자리 잡은 하늘 아래 첫 동네이다 보니 등굣길은 줄곧 내리막이고 하굣길은 숨차는 오르막이었다. ‘독 씻고 단지 씻고’ 하나 뿐인 귀한 아들이 먼 길을 다니기가 힘들까 봐 부모님은 한 살을 더 먹여 아홉 살에 나를 국민학교에 입학시키셨다. 봄날엔 그 길가에 참꽃(진달래), 찔레꽃, 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여름날의 하굣길엔 중간의 큰 솔밭과 아랫마을 어귀의 당산 느티나무 숲이 있어 거기서 무거운 책가방을 내려놓고 쉬기에 좋았다. 꼬박 9년을 걸어 다녔으니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눈을 감으면 길바닥에 박힌 돌부리 하나까지 훤하다. 근년에 나는 아스팔트 대로를 두고 일부러 그 좁은 길을 가끔 다니며 추억에 잠길 때도 있다..

텃밭 일기 2019.10.06

참꽃을 심다

고향 동산에 참꽃(진달래)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조금만 산 쪽으로 가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어버이 산소 앞과 뒤에도 몇 년 전에 심은 참꽃이 제법 어우러졌다.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만 나의 부모님도 생전에 무척 좋아하셨는데, 지금도 이승의 참꽃을 보고 봄이 왔다며 흐뭇해하실 것만 같다. 집 앞에도 작년에 심은 한 포기의 참꽃이 피었는데, 그것을 바라보다가 은근히 욕심이 생겼다. 집에 앉아서도 참꽃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고 이 산골 마을을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이 볼 수 있게 하자는 생각으로, 산에서 십여 포기를 캐어 왔다. 집에서도 바라보이는, 마을로 들어오는 길가의 바위 틈 여기저기에다 심고, 딴 데서 삽으로 흙을 날라 구덩이를 덮고 물을 주었다. 참꽃 보다 꽃이 늦게 피는 산철쭉(수달래)..

텃밭 일기 2018.04.03

비슬산 참꽃 구경

시인학교 월요반에서 비슬산 참꽃을 구경 가기로 한 날이다. 내 차에 김동원 시인(시인학교 교장), 원용수 선생님, 박영선 시인을 아침 여덟시 반에 지산동에서 태우고 비슬산 자연휴양림 입구까지 갔다. ‘비슬산 참꽃 축제’가 열리는 기간이라서 평일인데도 많이 붐볐다. 오늘 우리 일정이 빠듯하여 걸어서 등산하지 못하고 축제 기간에 운행하는 대견사까지 올라가는 셔틀버스 티켓을 줄을 서서 샀는데, 버스를 타려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고령에서 온 김청수 시인과 합류하고, 달성문인협회가 길가에 전시한 비슬산과 참꽃에 관한 시들을 감상했다. 그 중에는 김동원, 김청수 시인의 작품도 있었다. 잠시 길 옆 숲속에서 박영선 시인이 준비한 차를 마시고, 김청수 시인이 준비해온 돼지껍데기 안주를 곁들여 막걸..

텃밭 일기 201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