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나무 3

다시 떡갈나무를 찾아서

텃밭에는 어제 다녀왔으므로, 가뭄을 타는 고추와 토마토 이랑에 물을 대고 옥수수 몇 자루 꺾어 와 맛있게 먹었으므로, 오늘은 오랜만에 구절송전망대에 등산을 하였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난겨울 이래 등산은 처음이다. 어제가 중복이었고 오늘이 대서이고 보면 지금이 한더위인데, 내가 늦은 아침을 먹고 나서 등산을 하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 첫번째는 체력 테스트다. 반년 이상을 평지에서 자전거만 탔는데 이 더위에도 내가 거기까지 등산을 할 수 있는 체력이 될까 스스로 시험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거의 매일 한두 시간씩 해 온 자전거 타기의 운동 효과에 대한 평가도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떡갈나무를 다시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얼마 전 대구수목원에서 떡갈나무를 몇 십 년 만에..

텃밭 일기 2021.07.22

떡갈나무를 찾아서

내가 어릴 적에는 뒷산에 키가 큰 나무들이 많지 않았다. 등성이 여기저기에는 모래 땅이 그대로 드러난 곳도 많았다. 지금은 소나무, 아카시아,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산벚나무 같은 교목(큰키나무)들이 울창하여 고사리나 도라지 같은 산나물이나 약초를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진달래나 철쭉 같은 관목(직은키나무)들의 개체수도 많이 줄었다. 그런데 떡갈나무는 교목에 속하는데도 온난화 기후 탓인지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서 팔공산에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얼마 전 대구수목원에 갔을 적에 오랜만에 떡갈나무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었다. 그 나무는 기후변화 취약 수종으로 모니터링 중이라는 슬픈 내용의 팻말을 달고 있었는데,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나무를 한 그루 심어 가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갈나무는 참나무..

텃밭 일기 2021.07.09

대구수목원에서

새벽에 멀리 앞산 밑 떡방앗간에 쑥떡을 하러 간다는 아내와 처형을 쑥 보퉁이와 함께 차로 모시고 갔지만 떡방앗간 주인장과의 약속이 어긋나 너덧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부근의 선지국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거기서 멀지 않은 대구수목원으로 갔다. 그러잖아도 오랜만에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인연은 늘 이렇게 뜻밖에 다가오는 것이었다. 쓰레기 매립장 위에 조성된 이 수목원이, 한 십오 년만에 다시 와 보니 많이 울창해져 있었다. 산자락으로 난 산책로를 좀 걷다가 내려와서 아내와 처형은 나무 그늘의 평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수목원과는 아무 상관없는 수다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였고, 나는 몇몇 떨기나무와 큰키나무들을 만나기 위해 혼자서 수목원을 헤매기 시작하였다. 먼저 오솔길 옆에 서 있는..

텃밭 일기 2021.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