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어 날씨가 겨울다워졌다. 텃밭에 나갈 때나 걷기 운동을 할 때 지금까지는 맥고모자처럼 생긴 챙이 넓은 여름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이제 날씨가 추워지고 보니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등산복 가게에 들러 방한모자를 하나 샀다. 귀덮개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고 가볍고 포근한 촉감의 소재로 만들어진 멋진 모자다. 겨울 모자까지 쓰고 보니 떠오르는 추억이 또 하나 있다. 부모님께 걱정을 많이 끼쳐 드린 아픈 사건이었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그것은 따스하고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국민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였나 보다. 두 살 위인 사촌형과 함께 동네 앞의 얼어붙은 논바닥에서 썰매를 타고 놀다가 얼음이 깨지는 바람에 바짓가랑이를 적셨다. 모닥불을 피워놓고 돌아서서 불을 쬐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