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 3

겨울에 만나서 더 반가운 친구들 ㅡ 호접란과 동백

겨울은 텃밭에 나갈 일이 많지 않는 농한기라서 적적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좀 여유로워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겨울에도 실내에서 꽃을 피우는 호접란을 한 포기 키워보고 싶어졌다. 유튜브에서 호접란 키우기를 검색하여 공부를 좀 하고 나서 홍자색 꽃이 아름다운 '만천홍'이라는 품종 두 포기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배달 과정에서 동해를 입지 않도록 보온재로 꼼꼼히 포장한 박스를 조심스레 뜯었을 때, 거기엔 뜻밖에도 순백색 꽃을 피운 것도 한 포기 들어 있었다. 난원에서 서비스로 다른 품종을 한 포기 더 보낸 것이었는데, 반갑고 고마웠다. 흰 꽃은 꽃대가 하나였지만 만천홍은 포기마다 꽃대가 두 개씩이었고, 꽃대의 아래쪽 꽃은 활짝 피어 있었다. 애초에 두 포기를 주문한 것은 설에 아들이 오면 한 포기를 ..

텃밭 일기 2023.01.20

떡갈나무를 찾아서

내가 어릴 적에는 뒷산에 키가 큰 나무들이 많지 않았다. 등성이 여기저기에는 모래 땅이 그대로 드러난 곳도 많았다. 지금은 소나무, 아카시아,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산벚나무 같은 교목(큰키나무)들이 울창하여 고사리나 도라지 같은 산나물이나 약초를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진달래나 철쭉 같은 관목(직은키나무)들의 개체수도 많이 줄었다. 그런데 떡갈나무는 교목에 속하는데도 온난화 기후 탓인지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서 팔공산에선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얼마 전 대구수목원에 갔을 적에 오랜만에 떡갈나무를 만나게 되어 반가웠었다. 그 나무는 기후변화 취약 수종으로 모니터링 중이라는 슬픈 내용의 팻말을 달고 있었는데,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나무를 한 그루 심어 가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떡갈나무는 참나무..

텃밭 일기 2021.07.09

대구수목원에서

새벽에 멀리 앞산 밑 떡방앗간에 쑥떡을 하러 간다는 아내와 처형을 쑥 보퉁이와 함께 차로 모시고 갔지만 떡방앗간 주인장과의 약속이 어긋나 너덧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우리는 부근의 선지국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시간을 때우기 위해 거기서 멀지 않은 대구수목원으로 갔다. 그러잖아도 오랜만에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인연은 늘 이렇게 뜻밖에 다가오는 것이었다. 쓰레기 매립장 위에 조성된 이 수목원이, 한 십오 년만에 다시 와 보니 많이 울창해져 있었다. 산자락으로 난 산책로를 좀 걷다가 내려와서 아내와 처형은 나무 그늘의 평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수목원과는 아무 상관없는 수다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였고, 나는 몇몇 떨기나무와 큰키나무들을 만나기 위해 혼자서 수목원을 헤매기 시작하였다. 먼저 오솔길 옆에 서 있는..

텃밭 일기 2021.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