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세탁실 창가에 있는 난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데 창밖에서 '구우' 하며 우는 비둘기의 음성이 들려왔다. 단 한 번의 낮디낮은 음성이었지만 나는 퍼뜩 짚이는 데가 있어 세탁기 옆의 에어컨 실외기쪽 창문을 열고 내려다 보니 비둘기 한 마리가 그곳 바닥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905호의 실외기 밑에 비둘기가 둥지를 튼 것 같으니 비둘기를 쫓아 달라는 아파트 관리실의 전화를 받고 둥지를 치워버린 것은 지난 봄이었다. 그러고는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다시 와서 여기서 지금까지 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실외기 아래엔 배설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악취도 났다. 나는 우선 고함을 치며 세탁실용 고무장갑을 마구 흔들어 '유해야생동물'인 비둘기를 쫓았다. 그러나 비둘기는 저녁에도 이튿날 새벽에도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