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 2

다시 텃밭에서

지난해 시월 하순에 심었던 마늘과 양파가 온화했던 겨울 탓인지 풍작이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마늘쫑도 좀 뽑고, 주먹 만하게 굵어진 양파도 몇 알 맛보려고 뽑았다. 그리고 예초기의 시동을 걸어 짊어지고 풀이 무성해진 다섯 그루의 복숭아 나무 밑과 밭 주변, 산소 가는 오솔길의 풀을 베었다. 지난 삼월 말부터 신변에 생긴 '경황없음'으로 인하여 그동안 텃밭에 자주 못 오다가 그 경황없음이 조금씩 숙지게 되자 최근에는 가끔 들를 수 있게 되었다. 고사리밭에서 고사리를 몇 번 꺾어 삶아 말리기도 하고, 마늘과 양파밭에 물도 주었다. 얼마 전에는 고추 모종(30포기), 토마토(10포기), 가지(5포기), 오이와 파프리카(3포기씩), 고구마 모종(1단), 양배추와 브로콜리(10포기씩)를 사다 심었고, 생강도 호기..

텃밭 일기 2019.05.22

텃밭에서 새를 쫓아 주는 구렁이

작년엔 굵고 때깔이 좋은 첫물 고추를 새들에게 다 잃었었다. 고추가 붉게 익기 시작하자 어떻게 알았는지 까마귀와 꿩이 몰려와서 씨를 빼먹으려고 고추 옆구리를 쪼아 길게 구멍을 내었고, 그 고추는 이내 썩어 버렸던 것이다. 이웃 밭 주인 부부는 부랴부랴 넓은 그물을 사 와서 고추밭 전체를 덮어씌워 새들을 막았지만, 게으른 나는 더운 날씨에 여러 개의 말목을 세우고 그물을 씌운다는 것이 너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그물을 씌워 놓으면 그 밑으로 다니면서 고추 따기에도 불편할 것 같아,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었다. 헌 플라스틱 주름호스를 1.5~2m 정도의 길이로 여러 개 잘라 고추나무 밑에 씌워진 비닐에 양 끝을 박아놓는 방법이었다. 자타가 인정하듯이 새의 천적은 뱀이다. 그 뱀이 땅 속에서 기어 나와 대가..

텃밭 일기 2018.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