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인론 12

새로운 시의 길을 찾아서 - 황지우

새로운 시의 길을 찾아서 황지우 시의 출발은 항상 사춘기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를 처음 썼던 때가 중학교 3학년 때 쯤으로 생각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어디론가 가버리고 싶고 괜히 누군가 보고 싶어지곤 했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동경이라고 할까, 설렘이 있던 바로 그 자리가 시가 태어난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자신 대학에서 시작법을 가끔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는 걸 느낀 적이 많습니다. 시에 대해서 일정한 이해나 믿음들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기본적인 약속 아래서 시 쓰기를 해야 할 텐데 딱히 '시는 이런 거다'라고 말하기는 참으로 힘듭니다. 제 경우에는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를 보여 주는 것으로 끝나곤 합니다. 후줄근한 차림새의..

시론, 시인론 2016.02.24

정지용의 시 - 최동호

정지용의 시 현대적 감각과 전통의 창조 최동호 모던한 감각과 시적 재기 1923년 5월 일본 교토의 도시샤 대학에 입학한 정지용은 그 이전에 한국에서 전혀 보지 못한 문물과 새로운 세계를 보았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자신의 빈곤한 처지와 휘문학교 교주(校主) 민영휘의 도움을 받는 교비 유학생이라는 신분 사이에 어떤 심적 괴리를 느꼈을 것이다. 동시에 그가 식민 지배하에 있는 조선 출신의 유학생이라는 것이 그에게 외적인 압박감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라 짐작된다. 정지용의 첫 발표작인 「카페·프란스」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에 유학하고 있던 젊은 청년들의 복합적인 자의식을 모던한 감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관심의 대상이 된다. 옴겨다 심은 종려(棕櫚)나무 밑에 빗두루 슨 장명등, 카페 프란스에..

시론, 시인론 2015.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