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간(肝) - 윤동주

공산(功山) 2017. 2. 21. 23:08

   간()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194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