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참회록(懺悔錄) - 윤동주

공산(功山) 2017. 2. 21. 23:06

   참회록(懺悔錄)

   윤동주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滿) 이십사년 일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194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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