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꽃잎1

공산(空山) 2017. 2. 10. 15:27

   꽃잎1

   김수영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사람이 아닌 평범한 것에

   많이는 아니고 조금

   벼를 터는 마당에서 바람도 안 부는데

   옥수수잎이 흔들리듯 그렇게 조금

 

   바람의 고개는 자기가 일어서는 줄

   모르고 자기가 가닿는 언덕을

   모르고 거룩한 산에 가닿기

   전에는 즐거움을 모르고 조금

   안 즐거움이 꽃으로 되어도

   그저 조금 꺼졌다 깨어나고

 

   언뜻 보기엔 임종의 생명같고

   바위를 뭉개고 떨어져내릴

   한 잎의 꽃잎 같고

   革命같고

   먼저 떨어져내린 큰 바위 같고

   나중에 떨어진 작은 꽃잎같고

 

   나중에 떨어져내린 작은 꽃잎같고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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