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내려다본 장면
쉼보르스카
시골 길에 죽은 딱정벌레 한 마리가 쓰러져 있다.
세 쌍의 다리를 배 위에 조심스레 올려놓은 채.
죽음의 혼란 대신 청결과 질서를 유지하면서.
이 광경이 내포하는 위험도는 지극히 적당한 수준,
갯보리와 박하 사이의 지정된 구역을 정확히 준수하고 있다.
슬픔이 끼어들 여지는 완벽하게 차단되어 있다.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푸르다.
우리의 평화를 유지시켜주기 위해,
동물들은 정말로 죽는 것이 아니라 표면적으로만 숨을 거둔다.
우리들이 믿고 싶어 하는 대로, 감각이나 이승에 대한 미련을 훌훌 떨쳐버린 채,
우리들이 짐작한 대로, 저승보다는 덜 비극적인 이 세상을 홀연히 떠난다.
그들의 온순한 영혼은 절대로 어둠 속에서 우리를 겁주지 않는다.
그들은 거리를 유지할 줄 안다.
그들은 배려가 뭔지를 안다.
여기 길 위에 죽은 딱정벌레 한 마리가 있다.
그 누구도 애도하지 않는 가운데, 태양 아래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그저 한번 쳐다봐주는 것도 딱정벌레에겐 커다란 추모일 수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지극히 태평스러워 보인다.
중요하고 심각한 일은 모조리 우리, 인간들을 위해 예정되어 있다.
삶은 오로지 우리들의 것이며,
언제나 당연한 듯 선행권(先行權)을 요구하는 죽음 또한 오로지 우리들만의 전유물이다.
― 『끝과 시작』 문학과지성사(최성은 역),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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