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성공시대 - 문정희

공산(功山) 2017. 1. 30. 20:16

   성공시대

   문정희

 

 

   어떻게 하지? 나 그만 부자가 되고 말았네

   대형 냉장고에 가득한 음식

   옷장에 걸린 수십 벌의 상표들

   사방에 행복은 흔하기도 하지

   언제든 부르면 달려오는 자장면

   오른발만 살짝 얹으면 굴러가는 자동차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기만 하면

   나 어디든 갈 수 있네

   나 성공하고 말았네

   이제 시만 폐업하면 불행 끝

   시 대신 진주목걸이 하나만 사서 걸면 오케이

   내 가슴에 피었다 지는 노을과 신록

   아침 햇살보다 맑은 눈물

   도둑고양이처럼 기어오르던 고독 다 귀찮아

   시 파산 선고

   행복 벤처 시작할까

   그리고 저 캄캄한 도시 속으로

   폭탄같이 강렬한 차 하나 몰고

   미친 듯이 질주하기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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