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명태 - 양명문

공산(功山) 2017. 1. 30. 12:58

   명태

   양명문(1913-1985)

 

 

   검푸른 바다 바닷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고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던 元山 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王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쨔악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 변훈 작곡, 가곡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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