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
양명문(1913-1985)
검푸른 바다 바닷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고 밀려다니다가
어떤 어진 어부의 그물에 걸리어
살기 좋다던 元山 구경이나 한 후
이집트의 王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소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고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쨔악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 변훈 작곡, 가곡의 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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