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버려진 것들은 - 이대흠

공산(功山) 2017. 1. 21. 19:55

   버려진 것들은

   이대흠

 

 

   버려진 것들은 얼마나

   조용한가 낡은 몸 한 모퉁이에

   납 같은 추억을 되새김질하면서

   제 무게에 자기 육신이 무너지면서

   천천히 먼지 쌓이는 걸

   거부하지 않으며 과거의 반짝임을

   떠벌리지 않는 것들은 얼마나 깊이

   생각에 잠겨 있는가

   세상의 물을 다 끓여보았다는 듯

   웃는 저 구리 주전자

   허공이나 일구어야겠다는 듯

   녹슨 날을 버리지 않는 쇠스랑

   세상 밖으로 버려지지 못하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데 잠자코

   독이 되어 가는 것들은 얼마나 오래도록

   칼갈고 있는가 삭아지지 않는 분노를

   다시 씹으며

   자기를 버린자 쪽으로 악취 흘리며

   이 악물어 말하지 않는 것들은

   얼마나 지독한가 버린 자를 버리기 위해

   그들 속으로 썩어 가는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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