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생일 - 김혜순

공산(功山) 2017. 1. 20. 21:44

   생일

   김혜순

 

 

   아침에 눈 뜨면

   침대에 가시가 가득해요

   음악을 들을 땐

   스피커에서 가시가 쏟아져요

   나 걸어갈 때

   발밑에 떨어져 쌓이던 가시들

   아무래도 내가 시계가 되었나 봐요

   내 몸에서 뾰족한 초침들이

   솟아나나 봐요

   그 초침들이

   안타깝다

   안타깝다

   나를 찌르나 봐요

   밤이 오면 자욱하게 비 내리는 초침 속을 헤치고

   백 살 이백 살 걸어가 보기도 해요

   저 먼 곳에

   너무 멀어 환한 그곳에

   당신과 내가 살고 있다고

   행복하다고

   당신 생일날

   그 초침들로 만든 케이크와 촛불로

   안부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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