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오세영
추운 겨울에
2층 주방에서 지층으로 내려가는
하수도가 얼어붙었다.
순식간에 집은 마비,
새집을 지으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이
상하수도 파이프, 보일러 배관이었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생각해보면
집의 중추는 방이나 거실이 아니라
위 아래를 관통하는
빈 파이프다.
파 껍질을 벗기는 아내여,
자꾸 벗기지 마라.
파는 원래 껍질 밖에 없다.
실은 인간도 나무도
파와 같은 것
입에서 항문으로 뻥 뚫린 공간 하나
지탱해주는 것이 아닌가.
하수도의 빈 파이프처럼
허공에서 뚫려 허공으로 가는
육신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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