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빈집으로 보내는 가을 편지 - 이태선

공산(功山) 2016. 4. 19. 22:58

   빈집으로 보내는 가을 편지

   이태선

 

 

   닫힌 창문엔 아침 바람이 다녀갔겠다

   두고 온 운동화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겠다

   마른 수돗가에 쌓이는 먼지만큼

   운동화끈 고요히 바래가겠다

   장독에 티끌들 소복하겠다

   서리 맞은 소국이 눈 못 뜨고

   머리 숙이고 있겠다

   감잎은 밤마다 혼자 지겠다

   그 소리 빈집 구석구석

   마른 입술같이 쌓여 가겠다

   저녁은 대문만 만지다 그냥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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