膳友辭
-- 咸州詩抄 4
백석
낡은 나조반에 힌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앉어서
쓸쓸한 저녁을 먹는다
힌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믿없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긴날을 모래알만 헤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
바람좋은 한 벌판에서 물닭이소리를 들으며 단이슬먹고 나이들은 탓이다
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소리 배우며 다람쥐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히여젔다
착하디 착해서 세괏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하나 부럽지도 않다
힌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나도 좋을 것 같다
―「조광」 3권 10호, 193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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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반 - 아래로 가면서 넓어지는 원통형 다리가 한가운데 있는 쟁반
해정하다 - 글씨체 등이 바르고 똑똑하다
세괏다 - 세괃다, 억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