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하나
도종환(1954~)
저녁 먹고 양말을 벗는데
귀뚜라미 다리 하나가 툭 떨어진다
마당 풀 뽑고 텃밭 오르내리는 동안
어디서 귀뚜라미는 내 발에 차였을까
다리 하나를 잃은 귀뚜라미는
어느 풀섶에 기대
저녁 내내 아파했을까
세상 울음에 귀 기울이는 척하던 내 귀는
풀잎의 허리를 잡고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어느 풀잎 아래로 내려가야
이 다리를 돌려줄 수 있을까
손가락에 쥐고 있는
망연한 다리 하나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이, 우서라 - 박철 (1) | 2025.12.12 |
|---|---|
| 서녘 - 김남조 (0) | 2025.12.12 |
|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 양애경 (0) | 2025.12.03 |
| 휘파람새 - 최두석 (0) | 2025.12.03 |
| 밤차를 타고 가면서 - 신경림 (0) | 2025.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