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다리 하나 - 도종환

공산(功山) 2025. 12. 3. 13:17

   다리 하나

   도종환(1954~)

 

 

   저녁 먹고 양말을 벗는데

   귀뚜라미 다리 하나가 툭 떨어진다

 

   마당 풀 뽑고 텃밭 오르내리는 동안

   어디서 귀뚜라미는 내 발에 차였을까

   다리 하나를 잃은 귀뚜라미는

   어느 풀섶에 기대

   저녁 내내 아파했을까

 

   세상 울음에 귀 기울이는 척하던 내 귀는

   풀잎의 허리를 잡고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어느 풀잎 아래로 내려가야

   이 다리를 돌려줄 수 있을까

 

   손가락에 쥐고 있는

   망연한 다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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