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도서관
송경동
다소곳한 문장 하나 되어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물녘 도서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거구나
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얌전히 닫힌 입
애써 밑줄도 쳐보지만
대출 받은 책처럼 정해진 기한까지
성실히 읽고 깨끗이 반납한 뒤
조용히 돌아서는 일이 삶과 다름없음을
나만 외로웠던 건 아니었다는 위안
혼자 걸어 들어갔었는데
나올 땐 왠지 혼자인 것 같지 않은
도서관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2022)
'내가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 - 하상욱 (0) | 2025.04.18 |
---|---|
초록 동맹 - 홍일선 (0) | 2025.03.12 |
고고杲杲 - 이자규 (0) | 2025.03.09 |
나는 파란고리문어 - 이자규 (0) | 2025.03.09 |
블랙맘바 - 이자규 (0) | 2025.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