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삶이라는 도서관 - 송경동

공산(功山) 2025. 4. 29. 13:50

   삶이라는 도서관

   송경동

 

 

   다소곳한 문장 하나 되어

   천천히 걸어나오는 저물녘 도서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말하는 거구나

   서가에 꽂힌 책들처럼 얌전히 닫힌 입

 

   애써 밑줄도 쳐보지만

   대출 받은 책처럼 정해진 기한까지

   성실히 읽고 깨끗이 반납한 뒤

   조용히 돌아서는 일이 삶과 다름없음을

 

   나만 외로웠던 건 아니었다는 위안

   혼자 걸어 들어갔었는데

   나올 땐 왠지 혼자인 것 같지 않은

   도서관

 

 

   —『꿈꾸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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