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블랙맘바 - 이자규

공산(功山) 2025. 3. 9. 08:44

   블랙맘바

   이자규

 

 

   이제 내 탐지에 걸려들지 마라

   나는 네게 내 이빨을 다 주었다

 

   어차피 생은 드러내거나 숨기는 것으로 저무는 것

   빠진 눈알을 헹궈 다시 넣는 어미를 지켜보며

   外耳에 진동이 자라나고 있는 블랙맘바

 

   엄마, 한밤중에 방문하는 저 모자들이 두려워요

   내가 태어날 때 너는 나를 읽어주었단다

   그러니까 저들 앞에서 줄타기하고 싶은 걸요

 

   어디선가 너의 이복동생을 물어다 내 등에다 업히고

   아버지는 좀 더 높은 쪽에서 하반신이 잘려나갔단다

 

   엄마 내 우주가 대만원이라서 그래요 희미해지는 걸요

   돌멩이 위에 침을 흘리고 다니지 마라

   집게를 든 손들은 좋아서 발소리를 죽일 것이다

   알아요 이제 기척을 듣고도 이빨을 아끼는 걸요

 

   내 둥지 앞에 매해 젊어지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너 아닌지

   얘야, 네가 다 자랐으니 나는 이 둥지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

 

 

   ―『붉은 절규』 시산맥사 202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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