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맘바
이자규
이제 내 탐지에 걸려들지 마라
나는 네게 내 이빨을 다 주었다
어차피 생은 드러내거나 숨기는 것으로 저무는 것
빠진 눈알을 헹궈 다시 넣는 어미를 지켜보며
外耳에 진동이 자라나고 있는 블랙맘바
엄마, 한밤중에 방문하는 저 모자들이 두려워요
내가 태어날 때 너는 나를 읽어주었단다
그러니까 저들 앞에서 줄타기하고 싶은 걸요
어디선가 너의 이복동생을 물어다 내 등에다 업히고
아버지는 좀 더 높은 쪽에서 하반신이 잘려나갔단다
엄마 내 우주가 대만원이라서 그래요 희미해지는 걸요
돌멩이 위에 침을 흘리고 다니지 마라
집게를 든 손들은 좋아서 발소리를 죽일 것이다
알아요 이제 기척을 듣고도 이빨을 아끼는 걸요
내 둥지 앞에 매해 젊어지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너 아닌지
얘야, 네가 다 자랐으니 나는 이 둥지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다
―『붉은 절규』 시산맥사 202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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