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ㅡ 산늪4
신대철
늪에서는 물기 없이 젖어드는 눈, 살기 도는 몸기운도 부드러워진다.
내려갈 땐 어디든 돌아서 갈까,
숨 막던 산길 한 허리씩 풀며
돌과 나무 속에 들어가본 적 없는 이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내리막에는 굽은 허릴 조금 세워볼까.
오, 하느님.
분지 품은 능선에는 봉긋봉긋 날아다니는 꽃봉오리 천지,
멍게 열매 두드리다 언 눈 녹는 소리 퍼트리는 동고비꽃,
어둑한 숲속 나무 사이를 뒤져 마을길 찾아주고 홀연히 사라지는 곤줄박이꽃,
빈 움막 버려진 혼을 눈 깊이 간직하는 오목눈이꽃,
바람에 가늘게 울리는 연둣빛 향기, 아른거리는
구겨진 잡풀 하나 돌 틈에 속잎 트고,
바스락거리는 몸 속에 도는 흙내,
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잎, 잎, 향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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