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철

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공산(空山) 2015. 12. 23. 15:49

   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ㅡ 산늪4

   신대철

 

  

   늪에서는 물기 없이 젖어드는 눈, 살기 도는 몸기운도 부드러워진다.

   내려갈 땐 어디든 돌아서 갈까,

   숨 막던 산길 한 허리씩 풀며

   돌과 나무 속에 들어가본 적 없는 이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내리막에는 굽은 허릴 조금 세워볼까.

 

   오, 하느님.

   분지 품은 능선에는 봉긋봉긋 날아다니는 꽃봉오리 천지,

   멍게 열매 두드리다 언 눈 녹는 소리 퍼트리는 동고비꽃,

   어둑한 숲속 나무 사이를 뒤져 마을길 찾아주고 홀연히 사라지는 곤줄박이꽃,

   빈 움막 버려진 혼을 눈 깊이 간직하는 오목눈이꽃,

 

   바람에 가늘게 울리는 연둣빛 향기, 아른거리는

   구겨진 잡풀 하나 돌 틈에 속잎 트고,

 

   바스락거리는 몸 속에 도는 흙내,

   나는 풀 밑에 아득히 엎드려 잎에 잎맞춘다,

 

   잎, 잎, 향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