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시

박성우의 「매우 중요한 참견」 감상 - 문태준

공산(空山) 2024. 9. 1. 20:24

   매우 중요한 참견
   박성우 (1971~)


   호박 줄기가 길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있다
   느릿느릿 길을 밀고 나온 송앵순 할매가
   호박 줄기 머리를 들어 길 바깥으로 놓아주고는
   짱짱한 초가을 볕 앞세우고 깐닥깐닥 가던 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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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견한다는 것은 쓸데없이 끼어들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이다자신과 별로 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 공연스레 나서서 개입하는 것이다호박 줄기가 하필 길의 위로 기어가는 것을 본 할머니는 넝쿨을 들어서 뻗어갈 방향을 돌려놓는다참견하는 일이더라도 참 잘한요긴한 참견이라고 하겠다이 시를 흥미롭게 하는 것은 호박 줄기가 기어가는 기세는 성큼성큼이라고 표현하고할머니의 발걸음 속도는 느릿느릿이라고 쓴 대목이 아닐까 한다앞의 것에는 다리를 높게 들어 올려 크게 떼어놓음으로써 덤벙거리면서 급하게 움직이는 행태가 있고뒤의 것에는 물론 고령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느슨하고 차분한 자세와 생활의 예지가 있다어쨌든 이러한 참견은 딱한 사정에 처해 있는 남을 도우려는 마음과 순한 성정에서 자연스럽게 비롯된 것일 테다.

   이와 유사한 참견은 시인의 시  「아침의 일에도 나온다한 동네 어르신이 남의 집 고구마 밭에 느닷없이 들어가셨는데그 어르신 손에는 그냥 놔두면 무성한 가시 줄기를거침없이 키워나갈 덩굴풀인 환삼덩굴이 들려 있었다는 것이다소소하다고만 할 수는 없는아름다운 참견이라고 하겠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