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약속의 후예들 - 이병률

공산(空山) 2024. 2. 5. 18:27

   약속의 후예들

   이병률(1967∼ )

 

 

   강도 풀리고 마음도 다 풀리면 나룻배에

   나를 그대를 실어 먼 데까지 곤히 잠들며 가자고

 

   배 닿는 곳에 산 하나 내려놓아

   평평한 섬 만든 뒤에 실컷 울어나보자 했건만

 

   태초에 그 약속을 잊지 않으려

   만물의 등짝에 일일이 그림자를 매달아놓았건만

 

   세상 모든 혈관 뒤에서 질질 끌리는 그대는

   내 약속을 잊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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