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풀잎 하나가
안도현
초록 풀잎 하나가
옆에 있는 풀잎에게 말을 건다
뭐라 뭐라 말을 거니까
그 옆에 선 풀잎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풀잎이
또 앞에 선 풀잎의 몸을 건드리니까
또 그 앞에 선 풀잎의 몸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들끼리
한꺼번에 흔들린다
초록 풀잎 하나가
뭐라 뭐라 말 한 번 했을 뿐인데
한꺼번에 말이 번진다
들판의 풀잎들에게 말이 번져
들판은 모두
초록이 된다
― 안도현 동시집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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